BITFLIP

미래의 냉장고

전시 포스터

TEAM INTRODUCTION

비트플립(Bitflip) - 김양희 • 박대선 • 이은아

비트플립은 인문학적 관점을 디지털 매체로 풀어내는 3인의 미디어 아티스트 그룹이다. '비트 플립(Bit Flip)'이란 컴퓨터 메모리의 비트 값이 예기치 않게 뒤집히는 현상이다. 여기서 오류는 단순한 결함이 아니라, 체계가 자신을 노출시키는 징후이자, 새로운 인식의 가능성을 열어젖히는 균열로 작동한다.

비트플립은 변화하는 디지털 매체를 지속적으로 연구하며 기술을 사유의 도구로 활용한다. 프로젝션 맵핑, 가상 현실, 확장 현실뿐 아니라 아두이노 기반의 하드웨어 시스템을 통해 센서와 신체, 공간을 연결하는 체계를 구현하며 인간의 인식과 감각 구조를 탐색한다.

1 Untitled

박대선

Artist Note

여기 한 남자가 있습니다. 남자의 인생은 태어난 순간부터 어긋나기 시작했습니다. 남들이 겪는 사소한 행운조차 그에게는 비껴갔고, 안식처가 되어야 할 가족은 오히려 불행의 울타리가 되어 그림자처럼 그를 따라다녔습니다. 치열하게 살지 않은 것이 아님에도, 세상은 늘 그에게만 더 가혹하고 뜨거웠습니다. 가진 것들을 하나둘 잃고 더 이상 기대할 것조차 남지 않게 된 남자는, 생의 마지막 길목에서 몇 안 되는 행복의 추억을 더듬으며 냉장고 문을 엽니다. 그에게 냉장고는 음식을 보관하는 가전제품이 아닙니다. 비좁고 차갑지만, 그 누구도 자신을 방해하거나 상처 줄 수 없는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작은 방'입니다. 남자는 평생 자신을 괴롭히던 지독한 불행과 소란스러운 세상의 열기를 뒤로한 채, 차가운 냉기 속으로 몸을 뉘입니다. 그림 속에 담긴 그의 일대기를 따라가다 보면, 냉장고 안에서 비로소 편안해진 남자를 만날 수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대단한 낙원이 아니라, 그저 조용히 숨어들어 쉴 수 있는 '정적'일지도 모른다는 메시지를 담았습니다.

Description

페인팅

2 미래의 냉장고

이은아

Work Description

그가 손짓하자 천장에 붙어있던 투명한 냉장고가 내려왔다. 냉장고를 열자 그 안에는 지난해에 적출했던 그의 위장이 들어있었다. 오늘은 두개의 눈알을 넣었다. 문제가 생긴 것은 오른쪽 눈이었지만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는 왼쪽 눈도 교체해야만 했다. 시력이 안 맞으면 약한 쪽 눈이 퇴화하기 때문에 결국 사용할 수 없어지고 교체해야만 한다. 두번 수술하느니 한번에 하는 것이 여러모로 용이하다. 냉장고에는 그런 신체 일부가 제법 쌓여있었다. ————————————————————————— 이 당시 사람들이 적출한 신체 부위를 버리지 않은 것은 처음에는 새로운 신체와의 부작용을 대비해서 예비용으로 보관하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그러나 일정 기간 새로운 신체에 잘 적용했음에도 사람들은 이전의 신체 부위를 버리지 못하고 그대로 냉장고에 넣어두었다. 새로운 신체는 음식물을 섭취하여 에너지를 보충하지 않았다. 저가형은 전기로 충전했고 고가형은 에너지 순환이 가능해서 현 인간의 기대 수명보다는 더 오래 사용이 가능했다. 즉, 음식을 먹을 필요가 없었다. 다시말해, 냉장고는 더이상 음식을 보관할 필요가 없었다. 냉장고의 주기능이 예비용 신체를 보관하게 되는 것으로 바뀌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 몸에서 분리되어 사용하지 않는 이전의 신체들은 처치 곤란이었지만 쓰레기통에 버리기도 꺼림직했다. 그래서 기념품으로 간직하기 시작했다. 이에 발 맞춰 장식장을 겸한 냉장고가 생산되기 시작했다. 그 중에서도 올렸다 내렸다할 수 있어 천장 공간을 활용할 수 있고 갯수도 개인의 필요에 맞게 주문할 수 있는 형태가 인기를 끌었다. 그러다가 냉장고에 보관된 신체들을 꾸며서 다양하게 장식하는 유행이 불었다. 이를 사람들은 고생한 신체들의 노고를 치하하기 위한 의식이라고 칭했다. 이로인해 냉장고에 보관된 신체들은 다양하게 커스텀마이징되었는데 형광색으로 칠하는 것이 가장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냉장고의 기능에 문제가 없었음에도 장식된 신체들이 수분을 잃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그것들은 점차 말라서 비틀어지고 바스라져 흙이 되었다.

Artist Note

AI 이 가져올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소셜미디어들이 마구 토해내던 때가 있었다. 대체 어떤 미래가 온다는 걸까? 나름대로 예측해 본 것들이 어느정도 신빙성이 있는지 궁금해서 책도 읽어 보았다. 막다른 길에 기다리고 있는 것은 표현만 다르지 결국 ‘모른다.’ 였다. 그 변화가 너무 커서 예측하기 어렵다나? 그래도 신체성의 상실은 분명한 것 같긴 하다. 노동의 주체가 인간이 아니게 되는 것도. 신체와 노동이 없이 인간은 어떻게 정의될까? 인간다움이란 무엇으로 묘사될까? 더 나아가 뇌가 데이타화되고 그것들이 연결되면 개인이라는게 존재할 수 있는가? 인간이 개인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생각하면 할 수록 내가 알던 세상이 하얗게 바스라진다. 하앟게 빛나는 곳. 집안에 그런 장소가 있다. 냉장고 안은 늘쌍 하얀 빛으로 가득차 있다. 냉장고는 현대사에서 우리가 인식하는 것보다 큰 의미를 갖는다고 한다. 특히, 인간의 개인화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음식을 나눈다는 것을 공동체의 결속하는데 의미가 크다. 냉장고에 부패하지 않게 식재료를 보관할 수 있게 되면서 더이상 음식을 나눌 필요가 없어졌다. 신체가 없으면 먹을 필요가 없다. 섭식이 필요없는 세상에서 냉장고가 사라질까? 사라지지 않는다면 무엇이 보관될까? 그 냉장고가 상징히는 것은 무엇일까? [미래의 냉장고]는 위와 같은 질문에서 비롯된 상상이다. 적출된 신체를 점토로 빚은 것은 신체가 결국은 흙으로 돌아가는 것과 창세기와 신이 흙으로 인간은 빚은 것을 착안했다. 장기들을 장식하는 것은 신체성이 가벼이 여겨짐을 뜻한다. 의미를 부여하는 장식 놀이를 끝낸 신체는 결국 냉장고에 방치되다. 그 때는 육체가 썩어 거름이 되는 것이 아닌 말라비틀어지는 것이 자연스럽게 받아드려진다. 위장이 다른 신체보다 크게 만들어진 것은 탐욕을 상징한다. 혀가 냉장고 밖으로 튀어나온 것은 대체하기가 제일 어려웠기 때문이다. 꽃은 장식을 위한 인위적인 분리라는 점에서 분리되면 시들어간다는 점도 분리된 신체의 결말과 닮아 있어 함께 두었다.

Description

아크릴, 낚시줄, 지점토, 생화, 타블렛pc

3 변화무쌍 냉장고

이은아

Work Description

프로젝트 영상은 AI로 만들었고 브라운관의 속의 영상은 직접 촬영한 것이다. 이 작품은 이 전시의 인트로로 기획되었다. 냉장고에 대한 상상력을 자극함으로써 전시에 대해 몰입과 이해를 높고자 하였기에 처음엔 입구 쪽에 놓고자 하였으나 동선과 빛의 간섭 문제로 안쪽으로 이동하였다. 빔과 TV 뒤편에 시든 꽃과 형광 내장들은 이 작품이 같은 세계관을 가지고 있음을 뜻한다.

Description

빔프로젝트, 브라운관TV

4

김양희

Work Description

주어진 몫의 노동을 제대로 끝내지 못한 날이면, 밥 먹을 가치가 없다고 느꼈다.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인정받기 위해 주어진 몫의 노동을 끝내지 못한 날이면, 존재함에 있어 부끄러움을 느껴야 한다고 생각했다. 사회에서 요구하는 노동력이 어느정도든 간에 그것은 온전히 내 몫이었고, 나라는 사람의 가치를 증명해내야하는 일처럼 느껴졌다. 기업은 시간 대비 제공되는 노동력으로 어느정도의 수익을 낼 수 있는지 평가하고 돈을 준다. 개인은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얻을 수 있는 돈을 받기 위해 주어진 몫의 노동을 한다.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보이기 위해 주어진 몫의 노동을 끝내고 밥을 먹었다. 주어진 몫을 끝내지 못하는 날이면 어김없이, 그래도 당연하다는 듯한 비난을 받았다. 사회의 테두리로 밀려나지 않기 위해, 그리고 온전한 한 끼 식사를 할 수 있기 위해 노동력을 제공하는데 바빴다. 노동의 몫을 해내지 못하는 나날이 계속되며 사회 구성원에서 멀어진 어느날 생각했다. 노동력을 제공하지 않는 나는 사회 구성원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일까? 이익을 낼 수 없는 노동은 사회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것일까? 사람의 노동을 대체하는 AI의 등장은 사람이 노동력 이외의 어떤 가치로 사회 구성원이 될 수 있는지 묻는다. 사회은 사람을 어떤 가치로 바라보고 인정할 수 있을까. 노동력을 제공하지 않는 사람은 사회의 구성원이 될 자격이 여전히 있는가. 풍요로운 미래의 냉장고 속 음식을 누가 먹을 수 있을까.

Description

Projection mapping

5 오브제

비트플립